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 이상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인류가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의 양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1.5℃ 이상 기온이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인류에게 허용된 온실가스의 양을 탄소예산이라 부릅니다. 지금과 같이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2030년 초반에 탄소 예산이 바닥날 것이라고 환경운동가들은 경고합니다. 따라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만큼이나 현재 인류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을 가능한 줄여나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노원구와 같은 대도시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크게 직접 연료를 사용하여 난방이나 요리를 하거나 자동차를 운전할 때 배출하는 직접 배출(이를 scope1이라 부름)과 전기나 지역난방을 사용함으로써 이들 에너지를 만들 때 배출된 온실가스의 일정량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는 간접 배출(이를 scope 2라 부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중에서 노원구와 같은 기초지방정부가 구민들과 함께 감축해야할 관리 범위는 건물분야, 수송분야, 폐기물분야의 scope 1, 2에 해당하는 온실가스 감축입니다. 특히 건물과 수송 분야에서 90% 이상 발생하므로 여기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안을 찾는 것이 가장 먼저 진행되어야 합니다.
그중에서도 온실가스 발생량이 가장 많은 분야인 건물분야를 살펴보겠습니다. 2021년 서울시 건물 부문 에너지 사용량은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약 66.9%로 2/3 이상을 차지합니다. 노원구 역시 2021년 건물 부문 에너지 사용량은 약 65.6%로 서울시보다 약간 낮으나 거의 2/3에 근접한 비중입니다. 노원구의 건물 에너지 사용량이 서울시보다 낮은 이유는 노원구가 베드타운으로 건물 분야에서 단위면적당 에너지 사용량이 비교적 낮은 가정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수송부문에서 출퇴근 수요가 높아 수송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비중이 높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서울시와 노원구의 자료를 비교해 가며, 노원구 건물부문의 온실가스 배출 현황을 살펴보겠습니다.
서울시와 노원구의 건물 구성 비율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위 두 그래프에서 보듯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노원구는 건물분야에서 가정으로 분류되는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건물 면적의 75%를 차지하여 압도적으로 높고, 그중에서도 공동주택이 70%나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업무시설이 차지하는 면적은 불과 2%(약 54만㎡)로 매우 낮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서울시 전체 업무시설의 면적이 대략 7,440만㎡이니, 서울시 전체 업무시설 면적의 1%도 채 되지 않습니다. 노원구가 전형적인 베드타운으로 불리는 이유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서울시와 노원구 건물 용도별 총에너지 사용량 비율은 어떨까요?
건물이 차지하는 면적과 건물이 쓰는 총에너지 사용량은 당연히 비례합니다. 다만 위 그래프와 건물 면적 그래프를 상호 비교하면 알 수 있듯이, 건물의 에너지 효율이 좋거나 에너지 사용량이 적으면 단위 면적당 에너지 사용량이 적고, 의료시설처럼 에너지 사용량이 많거나, 단독주택처럼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면 단위면적당 에너지 사용량이 증가합니다.
단위 면적당 에너지 사용량은 2022년 기준 서울시와 노원구 모두 의료시설이 가장 높으나, 그 외 시설은 약간 차이가 발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의 경우 숙박시설, 위락시설, 단독주택이 높은 반면, 노원구의 경우 제1·2종근린생활시설, 단독주택, 판매시설 순으로 에너지 사용량이 높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위면적당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가능성은 위 시설들에서 더 높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의료시설의 경우 생명을 다루고 있어서 에너지 감축을 무턱대고 요구하기 어려우며, 제1·2종 근린생활시설의 경우에는 들어와 있는 업종에 따른 사용 패턴에 대한 정밀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노원구 주민 참여가 노원구 건물분야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 열쇠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국제사회와 약속했습니다. 이를 지키기 위해서 노원구도 40%의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노원구의 경우 건물 분야 그중에서도 가장 비율이 높은 공동주택의 감축 기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따라서 십시일반의 자세로 노원구 전체 가구의 참여가 중요합니다.
공동주택의 효율적인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찾기 위해 아파트 단지별로 에너지 사용량을 세밀하게 들여다봤습니다. 단위면적당 열에너지 사용량, 전기에너 사용량, 총에너지 사용량, 온실가스배출량 데이터는 녹색건축포털 그린투게더의 건물에너지평가서 자료를 활용하였으며, 연면적은 서울시공동주택통합정보마당의 관리비 부과 면적 데이터를 활용하였고, 네이버 부동산의 아파트 정보를 통해 부가적으로 취득한 정보를 아래와 같이 엑셀표로 정리하였습니다.
녹색건축포털 그린투게더 건물에너지평가서를 확인할 수 있는 노원구 212개 아파트 단지의 단위면적당 연간 온실가스 발생량은 아파트단지별로 최소 27.2㎏/(㎡·년)에서 최대 64.7㎏/(㎡·년)으로 2.4배 정도의 차이를 보여 편차가 큼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12개 아파트 단지의 단위면적당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은 39.3㎏/(㎡·년)인데, 평균보다 배출량이 많은 아파트 단지는 81곳입니다. 이중 27곳은 개별난방을 하고 있었고, 나머지 54곳은 중앙난방이나 지역난방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지역난방이나 중앙난방이 개별난방보다 에너지효율면에서 뛰어남에도 중앙난방이나 지역난방 방식이 에너지 사용량이 더 많은 이유는 배관과 열분배기가 오래되어 열전달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이들 아파트의 배관과 열분배기를 교체해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여 노원구 아파트단지의 단위 면적당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까지만 끌어올린다면 연간 약 18,000톤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엑셀표 38의 아파트단지 사례가 이와 같은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올해 공사를 착수해서 2025년 1월부터 개선된 효율을 보인다면 2030년까지 약 108,000톤의 감축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불확실한 재건축·재개발 시기를 기다리기보다 오래된 배관과 분배기를 교체해서 난방비는 줄이고 더 따뜻한 겨울을 보내자는 주민들의 합의가 필요합니다.
기술만으로 해결 불가능한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기기를 고효율 제품으로 바꾸고, 오래된 배관과 열 분배기를 교체하고, 베란다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고, 전기자동차를 구매한다고 해서 이러한 행위가 안타깝게도 바로 그만큼의 온실가스 감축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위 엑셀표 19, 181, 183의 아파트는 똑같은 에너지효율1등급을 받았으나 한 아파트단지는 연간 단위면적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4.5㎏/(㎡·년)로 평균보다 단위면적당 약 5㎏/(㎡·년)를 덜 배출하지만, 똑같이 건물에너지효율 1++를 받은 다른 두 아파트 단지는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43.4과 43.7㎏/(㎡·년)을 배출하여 평균보다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합니다.
따라서 이를 통해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주민들의 생활방식의 변화가 중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비슷한 사례를 아파트 전체에 태양광 설비가 설치된 엑셀표 132, 200번 아파트 단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두 아파트의 경우 태양광 설비가 생산한만큼 전력사용량 감소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단위 면적당 전력 사용량이 주변 다른 아파트보다 증가하는 경향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베란다 태양광 설치로 가전제품의 사용 빈도수가 높아지거나 다른 가전제품의 추가 구입으로 이어졌거나 난방을 전기히터나 전기매트로 바꾸었기 때문이라는 추정입니다.
마지막으로 확안할 수 있었던 것은 소형규모의 임대아파트이거나 오피스텔이 단위면적당 온실가스 발생량이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경향의 원인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해 보입니다. 한가지 가능한 추론은 사용하는 가전제품의 에너지 효율이 꽤 떨어질 수 있다는 점으로, 이 점이 확인된다면 풀옵션 원룸의 경우 가전 효율에 대한 규제 기준이 필요해 보입니다.
우리 생활방식의 변화 없이 기후 위기 대응은 불가능합니다. 기술의 발달과 불편함을 받아들이는 생활방식의 수용이라는 두 날개가 균형을 맞출 때, 우리는 탄소중립이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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